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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책이야기

심술 먹는 마녀 - 감정도 나의 한 부분

by sohappier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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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콤플렉스

착한 아이, 착한 엄마, 착한 사람. 우리는 착한 사람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화를 내는 모습, 짜증을 내는 모습, 나의 의견을 주장하는 모습들은 남들에게 대게는 눈살 찌푸리는 관경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며, 되도록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인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보통의 요즘 사람들 같다.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기에 개성과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내가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이것은 아이들을 키울 때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인성교육이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더욱 여실이 나타난다. 아이가 밖에서 때를 쓰거나 예의 없는 행동을 하면 부모들은 아이의 그런 모습에 매우 당황해하며 굉장히 창피해한다. 또한 형제, 자매, 친구 사이에서는 배려와 인내, 이해함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이렇게 부모에 의해 착해야만 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착함의 기준에 들기 위해서 아이들은 착한 아이인 척 굴기도 하고 착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자신을 싫어하기도 하는 정신적인 문제에 처하기도 한다. 과연 착한 것이 이 시대를 앞으로의 사회를 살아갈 때 꼭 필요한 덕목인가? '착하다'라는 틀과 기준은 누가 만들어 놓은 걸까? 지금 정의된 '착하다'라는 본질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일까?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자

'착하다'의 유사어는 '멍청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평소에도 일명 착한 사람들을 보면 답답한 생각이 많이 들곤 했다. 물론 일부러 그런 척하는 사람보다는 정말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정말 그런 사람들 조차 그들의 부모로 인해 그렇게 양육된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따라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뿐이다. <심술 먹는 마녀>는 화남, 미움, 시기, 질투, 분노와 같은 나쁜 감정 또한 자신의 일부이며 이것이 없어지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나쁜 감정을 자신에게 털어놓으면 아이의 그 감정을 먹고 젊어지는 마녀가 있다. 주인공 지유는 심술 먹는 마녀를 처음 만나 나쁜 마음을 나에게 이야기만 하면 너의 그 마음을 없애준다는 제안을 한다. 망설였지만 받아들인 지유는 엄마를 미워한 마음, 동생 민유가 미운 마음, 친구가 얄미운 마음과 같은 나쁜 감정들을 마녀에게 털어놓는다. 그러면 지유는 그런 마음들이 자신의 마음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너무나 좋았다. 화가 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며 그리고 그 모습에 착해졌다는 소리를 들으며 지유는 즐거웠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자신이 분명히 화가 나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나지 않는 것에 갑갑함과 나 답지 않음을 느낀다.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돌려받은 지유는 화내고 싶을 땐 화를 내며,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로 돌아온다. 우리는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나쁜 감정도 좋은 감정도 내가 느끼는 것으로 결국 나인 것이다. 감정은 나쁜 것이라고 부인하고 좋은 것이라고 취할 수 없는 바로 나라는 것이다. 좋은 감정은 드러내도 좋지만 나쁜 감정은 혼자 해결해야 하고 참아야 하는 것이 착한 사람들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현명한 사람은 나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아이이게 가르친다. 화가 낼 때, 짜증이 날 때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잘 표현해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나도 잘 안된다. 나쁜 감정을 다스리며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그런 교육은 받으며 자라지 못했기에 아이에게 이것을 어떻게 가르쳐 주어야 할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나부터도 나쁜 감정을 곧이곧대로 뿜어내서 후회를 하는 일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다양한 노력을 해보지만 참 쉽지 않다. 쉽지 않다고 해서 아이를 착함의 굴레에 갇히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현명하게 대처하는 아이로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워내야 되지 않겠는가?

 

짜증, 화 쓰레기통

<심술 먹는 마녀>를 읽은 후에, 아이와 함께 만든 것이 있다. 바로 '짜증, 화 쓰레기통'이다. 책을 읽은 후 아이에게 어떤 부분이 기억에 남는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지유라는 아이가 나쁜 마음이 막 들면 그걸 마녀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 참 부럽긴 했어. 마음이 시원해질 것 같기는 해." 그럼 마지막에 지유가 다시 감정을 찾아서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다시 돌아온 모습은 어땠는지도 궁금했다. "마녀에게 이야기해서 사라지는 것도 좋지만, 직접 이야기하는 게 더 통쾌한 것 같아." 그래서 아이와 만들자 생각한 것이 이 쓰레기통이었다. 심술 먹는 마녀의 역할을 해주지만, 감정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화, 짜증, 미움과 같은 감정들을 제대로 표현하기엔 어리다. 엄마인 나도 잘 안되는데 하물며 아이는 어떻겠는가?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순간에 바로 표현하지 말고 화가 난 이유와 상황을 적으며 화가 난대로 다 글로 쓰고 구겨서 아니면 찢어서 여기에 버리기로 했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고 통에 버림으로써 감정을 털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는 여운이 있다면 그건 말로 표현하자고 했다. 이 방법이 어떨지는 사실 아직은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바로 욱하거나 짜증을 내는 나의 모습, 아이의 모습이 줄어 들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던 아이와 함께 나쁜 감정을 잘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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