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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책이야기

끝의 아름다움 - 끝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by sohappier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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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대한 느낌 나누기

아이와 도서관에 가면 그림책을 몇 권씩 끼워서 빌려오곤 한다. 아이가 직접 빌리겠다고 하는 그림책도 있지만 내가 책의 제목이나 표지, 추천받은 것들을 골라서 빌려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림책, 동화책은 시시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난 나의 첫 번째 변화이다. 이번에 아이와 읽어본 <끝의 아름다움>, 표지와 제목을 보며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나 : "끝 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떠올라?" 아이 : "음... 슬픔, 아쉬움, 그리움, 무서움 같은 생각이나. 그리고 기쁨, 후련함도 생각난다!" 나 : "그렇치, 엄마도 비슷한 것 같아. 그런데 기쁨과 후련함은 어떤 끝을 생각한 거야?" 아이 : "아, 내가 문제집을 한 권 다 풀었거나, 책 한 권을 다 읽었을 때 느껴지는 느낌이야." 나 : "아!! 그렇네!! 그럴 수 있겠네~ 엄마는 끝 하면 무섭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해." 아이 : "응? 왜? 왜 설레어? 머가 기대되는 거야?" 나 : "끝에 왔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 같은 것 같아. 새로운 것에는 설렘과 기대가 따라오잖아." 아이 : "아~ 그렇네 엄마. 나 방학이 끝나는 오늘이 끝나서 너무 아쉽고 슬픈데, 새 학년이 되는 내일이 설레고 긴장되는데 이게 엄마가 말하는 그 기분인가 봐." 책 표지만으로도 이만큼이나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끝'이라는 한 단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이런 대화가 된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아이는 훨씬 더 깊은 세계를 잘 키워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끝은 무엇일까?

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끝과 시작을 경험하였지만, 끝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100년 동안 살아오고 있는 거북이가 <끝의 아름다움>의 주인공이다. 거북이는 자신에게 이제 끝이라는 것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인지 알기 위한 느릿느릿한 거북이에게는 너무나 길고 길 여행을 시작한다. 거북이는 여행 중에 마주치는 동물들에게 끝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 동물들은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끝에 대한 생각을 말해준다. 지금 당장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라지는 끝,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대되는 끝, 살아가면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어서 방향을 바꿔야 하는 순간, 시작과 끝은 다르지 않다는 시각, 끝이 있어야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이렇게 다양한 관점의 끝에 대한 생각은 읽는 순간순간마다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거북이는 결국 답을 얻지 못했다. 모호한 동물친구들의 대답은 거북이에게 완벽한 답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느꼈을 것이다. 거북이는 자신의 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 내리고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에 대한 생각은 일반적으로 긍정의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끝이라는 단어 자체에 얽매여서 끝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끝은 새로운 시작과 결국 같은 말이 아닌가? 끝나는 그 시점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하는 바로 그때가 아닌가? 

 

새로운 책을 펼칠 때야!

<끝의 아름다움>은 마무리까지 참 신선하다. 끝이라는 소재를 끝까지 너무나 잘 넣어서 쓴 책이었다. 이 책도 끝이 나고, 이 책이 끝난 지금 이 순간이 새로운 책을 읽을 순간이다.라는 메시지는 아이에게도 약간의 여운으로 남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니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꼭 새로운 책을 바로 다시 읽기 시작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좋은 영향을 미친것 같다. 책을 다 읽는 순간이 새로운 책을 펼칠 순간, 어떤 일이든 끝이 나는 그 순간은 새로운 일과 미래를 시작할 순간이라는 것은 너무나 철학적인 생각이지 않은가? 이제는 끝의 이름을 바꿔주고 싶다. 끝의 사전적인 의미도 바꿔버리고 싶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로 그리고 어떤 일 따위를 마침,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말이다. 그림책 하나로 이렇게 철학적인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니 정말 그림책의 세계는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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