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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책이야기

길까, 짧을까? - 상대적인 시간

by sohappier 2022.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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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상대성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뇌의 기억 세포의 감소로 인해 잊어버리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그렇게 길게 느껴진 하루가 지금은 눈 깜 박할 사이에 지나간다고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길벗스쿨에서 신간 <길까,짧을까?>라는 책이 나왔다.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서 참 잘 표현된 그림책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것이 더욱더 매력적인 것 같다.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기다린다. 이 시간이 단 1분이라면 이것은 길까? 짧을까? 1분이라는 시간상으로는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 너무나 덥고 목이 마르고 심지어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 1분이 10분, 1시간 같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그냥 마트에 간 김에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기다리는 것이라면 1분은 머 그냥 지나간 시간이었지 않을까? 1분, 5분, 10분, 30분 45분, 1시간, 1년, 18년까지 시간별로 느껴지는 상대성을 묘사하고 있는 책이다. 아이스크림, 축구경기, 한 살을 더 먹기 위해 기다리는 1년, 성인이 되기 위해 기다리는 18년. 누구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 될 것이고 누구에겐 너무나 금방 지나가버린 시간이 될 것이다. <길까, 짧을까?> 읽는 내내 아이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고, 서로 길다 짧다 이야기하며 투닥거리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아이에게 배우는 하루의 행복

아이와 평소에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다. "오늘은 정말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아.", "벌써 3월도 중반까지 왔네"와 같은 말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하는 말이 있다. "엄마는 하루가 짧아? 나는 오늘 하루도 엄청 길었는데?" 아이에게 주어진 하루와 나에게 주어진 하루는 같은데 아이에게는 길었던 하루, 나에게는 짧기만 했던 하루. 그렇다면 아이에게 하루는 어떤 기억으로 남고 있을지 궁금해서 한번씩 물어보곤 한다. "그렇게 길었던 오늘 하루는 어땠어? 행복했니?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니?" 아이는 언제나 거침없이 대답한다. "하루는 길었는데, 노는 시간은 금방 지나간 것 같고, 공부하는 시간은 길었던 것 같아. 그런데 난 하루하루가 참 행복해."라고 말이다. 참 다행이다.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아이에게 그 하루가 행복하지 않고 지루하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행복한 하루여서, 힘든 시간도 있고 하기 싫은 것을 하는 시간도 있지만 그렇게 보낸 하루가 행복이라는 기억으로 남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육아를 하면서 아이가 보내는 시간과 나의 시간이 일치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가 학교에 가있는 시간은 내가 누릴 수 있는 나만의 유일한 시간이다. 하교 후부터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아이의 시간표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아가고 있다.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보낼 때 나는 나를 돌아보고 나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아이에게 오늘의 하루가 행복하듯이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도 행복하기 위해서 아이는 길게 느끼는 그 하루가 나에겐 짧지만, 짧기에 더욱 행복해야만 하겠다고 생각하는 나날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실수가 하나 있다. "오늘 정말 한 것도 없이 지나가버렸네."라는 말인데, 이 말은 많은 나뿐만 아니라 엄마들이 아니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고 내서 한 달을 보내고 나서 수시로 하게 되는 말이 아닐까? 그런데 이것이 실수라고 생각한 계기도 아이 때문이다. 하루는 아이가 저 말을 듣고 한마디를 했는데, "엄마, 나는 오늘 엄마랑 공부도 했고 책도 읽었고 즐겁게 놀기도 했고 영화도 봤고, 너무 한 게 많고 행복했는데, 엄마는 그런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어?" 어린아이 입에서 나온 이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루를 잘 보냈는데, 나는 왜 한 것 이 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 것일까? 과연 나는 어떤 것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 때 하루를 잘 보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아이가 무언가를 더 많이 해주길 바라는 마음과 그것이 지켜지지 않아서 매일이 허무하다 느끼는 걸까? 아니면 내가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하루하루에 이런 마음들이 드는 걸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아이의 말이었고, 이 말을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잘 안되지만 말이다.) <길까, 짧을까?>는 아이들, 어른들 모두에게 시간의 상대적인 느낌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 줄 것이며, 깊게는 나처럼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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