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
<돌보는 마음>은 소설책이라고 하기에는 일기장과 같은 느낌이 드는 단편소설이다. 여러 개의 야이기들이 들어있는데, 워킹맘의 이야기, 코로나19로 변해버린 일상 이야기, 최근 들어 급속하게 오른 집값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이 꿈이 돼버린 우리 세대의 이야기, 그 사이의 갈등과 고민들이 다 담겨있는 소설이다. 여러 개의 이야기들은 마무리가 되지 않고 끝을 맺는데, 처음엔 글을 쓰다 말았다는 생각도 들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끝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직 진행 중인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하루하루 그리고 어제까지의 일들을 기록해놓은 일기장 같은 글이기 때문에 우리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삶을 그려나갈지 우리가 채워나가야 되는 부분인 것이다.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후 아이 봐줄 시터를 구하는 일에 온 신경이 집중되는 여성, 일을 시작하고 나서 집에 두고 온 아이의 생활이 걱정되어 틈틈이 CCTV를 확인하며 아이의 안녕을 확인하는 여성. 참 여자의 삶이 너무나 고달프다는 것이 여기에서도 여실이 느껴진다. 그뿐인가 결혼 후 시부모님의 과도한 간섭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의 모습에 알게 모르게 동지애마저 느껴지는 현실 같은 이야기에 점점 몰입하게 된다. 여자는 결혼하면 일, 육아, 집안일, 시댁 식구들 챙기는 일까지 결혼 전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부담들이 생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근본적인 사회의식 자체는 아직 변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기성세대들과 그 세대들로부터 교육받은 우리 세대 그리고 그다음 세대까지 완전히 변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것은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변화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당장 나의 세대는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의 사상, 인생관 자체는 변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는 맞춰가며 살아가야 하고 그것이 다툼과 분쟁의 원인이 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 그저 체력 소모전과 같은 일들이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변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또 내일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치열한 삶을 살다가 우리도 노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나의 부모님이 보내고 있는 그 노년의 시간. 나이가 들면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시며,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말을 아끼며 살고 계시는 그 시간이 나에게도 올 것이다. 나는 만약 시부모님이 치매나 몸을 가누기 힘드신 상황이 되면 전문기관에 의탁할 것이라고 신랑과 이야기하곤 한다. 신랑도 그것에는 동의한다. 부모님께는 죄송한 마음이 있겠지만, 부모님 또한 자식 옆에서 그렇게 누를 끼치며 있는 것을 원하지 않으실 것이며 함께 지내는 것만이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아닌 것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 입장이 정말 그럴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힘들긴 하지만 자기를 곁에 두고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진심 아닐까? 나이가 든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픈 나의 모습, 그리고 그런 나를 시설에 의탁하고 생활하기 좋은 곳을 알아보았노라고, 매주 찾아와서 얼굴 뵙겠노라고 하며 떠나는 나의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본다. 난 너무나 서글플 것 같았다. 그리고 서운할 것 같았다. 그렇게 두고 가는 자식 또한 마음이 온전치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와 부모님 그리고 노인의 나와 나의 아들. 어쩌면 이 모습은 당장 나의 부모에게만 일어날 일이 아니라 나에게, 나의 자식에게 있을 일들이라고 생각하니 인생은 무엇일까 한편이 쓸쓸해졌다. 나는 앞에서 <돌보는 마음>에서 나오는 몇가지 이야기에 결론이 없는 것은 우리에겐 알 수 없는 내일이 존재한다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오늘을 보내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성의껏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미래를 우리 스스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의 일기장에 다음 페이지가 웃는 모습이길 기대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나를 위로하고 칭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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