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의 새로운 발견
소재가 너무 기발해서 표지부터 너무 웃기다. 소원 코딱지라니? 책 내용을 읽기 전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코딱지 파는 것은 참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행동이다.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코딱지를 팠을까? 그리고 그 맛이 왜 궁금했을까?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만이 아니고 흔히 몇몇 주변에서 보이던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도 그런 모양이다. 이 또한 나의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에 큰 위안이 되었다. 코딱지가 유난히 많이 생기는 아이, 오른쪽 콧구멍이 왼쪽 콧구멍보다 2배는 큰 아이, 코딱지를 파면 항상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묻히는 것이 재미있는 아이 승우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당연히 친구들은 승우를 멀리할 것이다. 자꾸 코딱지를 내 옷에 팔에 묻히는 친구가 좋을 리가 있을까? 이런 승우의 행동만으로도 이미 너무 웃기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 친구들의 소원이 하나씩 하나씩 이뤄지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원까지도 말이다. 그 원인을 살피던 친구 한 명이 이유를 발견하는데 그것은 바로 승우가 코딱지를 파서 팔에 묻힌 아이가 코딱지가 마르기 전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지더라는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는 이 상황에 인상은 써지는 대목이었다. 그것을 증명해보니 진짜였고 승우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명인사가 되었다. 승우에게 코딱지를 받기 위한 사람들을 위해 하루에 32명(1시간에 8번 코딱지가 생긴다.)에게 추첨을 통해서 기회를 주게 되고 승우의 일거수일투족은 생방송까지 되면서 정말 세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렇게 유명해진 승우는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승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 일상이 그리워졌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특별할 일 없는 코파는 일상은 너무나 지루하고 따분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소원을 이뤄주는 보람도 있었지만, 이 능력이 무서운 일을 초래하기도 하면서 승우는 차츰 이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아 진다. 코딱지가 소원을 이뤄준다는 새로운 발상으로 시작된 <소원 코딱지를 드릴게요>는 몇 가지 교훈을 안겨준다.
일생에 딱 한번 소원을 이룰 기회와 소원을 이뤄주는 삶
승우의 코딱지는 소원을 이뤄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바라는 어떠한 소원도 모두 들어준다. 다만 제대로 소원을 빌지않으면 엉뚱하게 소원이 이뤄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더니 이름이 김부자가 되었다거나, "키가 크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더니 키가 3미터가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일들 말이다. 그리고 코딱지가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딱 한번뿐이다. 한번 소원을 빌고 이뤄진 후엔 코딱지를 다시 한번 묻힌다고 해도 효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한번 빈 소원은 되돌릴 수가 없다. 만약에 나에게 딱 한번 되돌릴 수 없는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소원을 빌까? 한번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 자신이 가장 벗어나고 싶은 상황이나 간절히 이루고 싶은 꿈같은 것을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소원을 써버리면 내 인생이 앞으로 만족스러운 삶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소원은 상황마다 시시각각 바뀔 수 있다. 지금은 당장 급한 것이 내일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기도 하며 지금은 원하지 않던 것이 내일은 간절히 바라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소원을 빌 때 가장 효과적으로 그 기회를 사용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번뿐이고 되돌릴 수 없는 소원이라고 하니 쉽사리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소원을 이루기 바라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소원을 이뤄주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도 가정해 본다. 나로 인해 사람들이 소원을 이루며 살 수 있다면 모두에게 그 기회를 줄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인생이라면 보람되는 인생일까? 만약, 소원을 비는 사람이 악하거나 나쁜 의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엉뚱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소원성취로 인해 사회가 주변이 엉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소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증명 같다. 내가 내 삶의 주체로 지금의 삶이 더 낫기를 바라는 마음이 소원일 것이다.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알차게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그 원동력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며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닐까? 쉽게 이뤄버린 소원은 더 이상 소원일 수 없고 그것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내가 수고하여 이룬 성과와는 당연히 비교가 안될 것이다. <소원 코딱지를 드릴게요>의 승우는 이러한 원리를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았을 것이다. 사색을 하고 성찰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소원은 소원일 때 가치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이뤄지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소원을 가지고 그것을 이룰 때를 생각하며 미소 짓고 행복할 수 있는 우리는 모두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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